경기도, 광복 80주년 기념 실학 학술대회 성료

실학 정신으로 대한민국의 공공성과 책임성 모색

 

전국신문언론노동조합 강찬희 기자 | 경기도는 8월 8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다산연구소, 김준혁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관했으며, 학계·문화계·시민사회 관계자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국가의 공공성과 책임성, 실학으로 대한민국을 새롭게!’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실학정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모색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일제강점기 국권 상실의 시대에 민족혼을 일깨운 ‘조선학운동’의 정신과 조선 후기 개혁사상인 실학(實學)의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하며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와 해결 과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축사는 김준혁 국회의원과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이 맡았다. 김준혁 국회의원은 “국민주권정부(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근거해 진리를 찾는 것’)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실학 정신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국회 또한 앞으로도 공공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실천하겠다. 이번 학술대회가 그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학자 이만열이 ‘광복 80년, 대한민국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실학 연구의 역사를 개관하고 나서, “민족분단과 외세의 압박, 미래의 불확실성 등을 선학들이 터득한 ‘실학적 지혜’로 극복해 가는 학인들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제1세션 : 조선학운동의 유산과 실학의 미래

이지원 대림대 교수는 ‘조선학’이란 용어가 일제의 동화주의의 맥락으로도 사용됐음을 지적하며, 1930년대 조선학운동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저항한 학문적 실천이자 자주적・민주적인 민족국가를 지향한 학술문화운동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세기 전반기 ‘조선학운동’은 오늘날에도 과거 학문과 사상을 호명하며 ‘민’ 중심의 공공성을 모색할 때 유효한 역사적 경험으로 여전히 현재적이다”라고 말했다.

조성환 원광대 교수는 오늘날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단초를 홍대용과 최한기의 ‘기학’에서 찾으며 두 학자의 사유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했다. 그는 “실학은 특정 시대에 머무는 학문이 아니라, 각 시대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발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는 좌장 최윤오 교수와 토론자 김문식 단국대 교수, 이경구 한림대 교수가 참여했다. 김문식 교수는 “실학은 시대적 과제가 변할 때마다 끊임없이 소환되면서 재해석과 재발견을 요구받고 이에 부응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더해가는 한국인의 문화유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제2세션 :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실학과 공공성 담론

정호훈 서울대 교수는 『반계수록』과 『경세유표』에서 다룬 토지제도 개혁안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반계수록』에서는 공의 개념을 전면적으로 구현하려고 했던 데에 비해, 『경세유표』에서는 공전과 사전의 적절한 균형을 모색했다고 소개했다.

백민정 가톨릭대 교수는 유학자들의 ‘공’과 ‘사’ 개념을 소개하며, 실학자들이 이해한 ‘공’의 특성은 치우치고 기울어짐이 없으며 과불급이 없는 ’중(中)‘의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산이 『경세유표』를 통해 권력의 균형과 공정한 운영을 고심했다고 파악하면서, 오늘날 사회에서 ’중‘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정치적 중도주의 실천을 제안했다.

송양섭 고려대 교수는 유형원의 『반계수록』에 담긴 국가론을 중심으로 조선후기 ’공‘ 담론이 국가정책과 경세론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 분석했다. 그는 유형원이 구상한 이상적인 국가는 중앙 정부가 지방을 철저히 관리하며 토지와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해 사회 갈등을 줄이고 백성 모두가 안정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국가는 부패를 막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좌장 김용흠 연세대 교수와 토론자 전성건 경국대 교수가 참여해 실학자들의 제안이 현대사회에 주는 의미와 한계, 그리고 실학자들의 제도 개혁안을 오늘날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 제3세션 : 대한민국의 위기요인과 과제

강동호 공공선연구자협동조합 소장은 피크코리아(Peak Korea, 한국 경제의 성장이 정점을 찍고 둔화를 의미하는 용어)를 통해 사회 양극화, 인구 감소, 기후변화 등 우리나라의 위기 징후를 설명했다. 그것은 시장자유주의 실패의 결과라며, 공화주의를 통해 공공선과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김태희 다산연구소 이사장, 이석규 차규근 국회의원실 선임비서관, 송치욱 인제대 교수 등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인사가 참여해 다양한 시각에서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참여자들은 실학의 ‘실사구시’ 정신이 오늘날 국가 정책과 사회 제도 개혁에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대 변화에 맞춰 이를 다듬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뜻을 함께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신 경세유표’ 연구 및 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다산연구소는 하반기에도 청년실학캠프, 함께하는 실학산책 등 실학 진흥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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